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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새벽은 정적으로 시작된다.
그림자 바로 뒤의 빛이 가장 밝듯이, 밤새 화려하게 빛났던 그 광장은 새벽에 더욱 고즈넉했다.
루트는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이렇게 정했다.
전날 오후에 사람이 하도 많아서 제대로 못 본 곳을 다시 보고 싶어서다.
여행을 하면서 한 번도 도전해 보지 못했던 새벽에 일어나기..
남들 보다 빠른 시차 적응으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현지 시간에 따라 늦잠을 자는 나에겐 정말 큰 용기였다.
그러나, 새벽의 로마는 나에게 잘했다고 "정말 잘 했다" 며 반겨 줬다.
사람이 없는 그 곳은 쓸쓸했다. 내가 정말 로마에 왔나 싶을 정도로 외롭게 그곳을 둘러 봤다.
먼저 나보나 광장이다.
로마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이 곳은 저녁이면 발 디딜 곳이 없다.
새벽에 청소를 하는 청소부들이 가장 많이 치우는 것은 아마 맥주 캔일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떤 더러움도 오염도 이 우아한 나보나 광장을 해치지는 못했다.
마치 그 누구도 아그네스를 범하지 못했듯이..
2. 트레비 분수
아침이라고 해야 하는 시간 7시에 도착했다. 어제 먼 발치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분수가 마치 나만을 위한 곳이 되어 버렸다.
너무 행복했다. 한참을 위 아래로 돌아 보며 내 것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일본인 아저씨가 어찌나 셀카를 찍어 대던지, 너무
웃겼다. 아마 그 아저씨도 혼자만을 위한 이 트래비 분수가 꽤나 좋았었나 보다. 제가 찍어 드릴까요? 라고 물어 보기도 민망
했다. 그냥 혼자만의 귀한 추억을 즐기시라고 모른척 해 주었다. 비가 오고 있었는데,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거기 서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가 문을 열기 시작하기에 지금 먹을 수 있냐고 했다. 시계를 보더니 그냥 웃어 버린다.
좀 심했지, 그 아침에 또 그 날씨에..
3. 스페인 계단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로마에서 가장 화려하고 붐비는 곳이다.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한 이 곳은 조용한 남부 이태리 해안 도시의 어느 광장 같았다.
건물의 처마 밑을 옮겨다니며 빠른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서 빨리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가서 따뜻한 핫 쵸코를 마셔야겠다.
지금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사실, 세수도 못하고 나왔었다.
점점 해가 나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니, 좀 많이 챙피해졌다.
등 뒤로 떠오르는 아침을 보며 로마의 새벽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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