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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꿈꾸기

첫 남국의 바다를 기억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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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소녀 ☆ 첫 남국의 바다를 기억하다. ①

 

 갑자기 누군가가 마닐라 정보를 물어보아서 갑자기 찬찬히 떠올리게 된 필리핀의 기억

어리버리하기는 지금보다 더하던 그 옛날(사실 아주 옛날도 아니다)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자니,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어서 풀어놓아보고자 한다.



대략 4년전, 해외라는 곳을 처음 나간 곳이 바로 필리핀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오래있었지만,

내가 좋았던건 해외 생활이나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자유로움이었던것 같다.

여행이 좋았으면 보라카이, 세부 등...유명한데는 다 가봤겠지--;

난 그냥 단지 어린맘에, 집떠나 스스로 살아보는게 좋았을 뿐이다.

아니지..아침에 눈떠서 "오늘은 뭐하고 놀지~?" 생각만 하는게 좋았던거지.


예상외로 오래있게 되어서 돈이 없어 가난하게 보냈던 그 시절.

그래도 바다를 무진장 좋아하는 내가 이 남국에 와서 바다를 안갈수는 없었다.

그치만 보라카이, 세부등 유명 관광지는 가는 뱅기만해도 한달 생활비였고...

할수없이 선택한 것은 현지인도 가끔 놀러간다는 Mindoro.

마닐라가 있는 섬 바로 아랫쪽에 있어서 버스타고 배타고 어찌어찌 가면 저렴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몰라~ 가자~ 뭐 어이 안대겠나!! 바다래잖아!!!

나는 당시, 무모했고, 2%쯤 살짝 UP되어 있었고, 개념이 없었다--;

 


일단 버스를 줏어탔다.

민도로로 가는 버스를 물어물어 탈탈탈 거리는 허름 버스를 타고,

바탕가스 피어 라는 곳까지 3시간 여를 달렸다.

아무생각없이 갔기에 불안감이 없진 않았지만,

3시간 후 웬 황무지 끝에서 바다내음새가 나는 것을 느끼자

아주그냥 신이 난다. 스스로 온게 대견했다.

(지금생각해보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떻게 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우르르 일렬로 가는 모습을 본능적으로 쫓아간 나

White beach, Puerto Gallera 행 중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워들은 바로는 뿌에르또 갈레라로 가라고 주워들었는데,

화이트비치...아...비치라니...비치라는 말만들어도 솔깃하여 고민고민을 했더랬다.

모르겠다. 아는것도 없는 주제에, 시키는대로 하자.

뿌에르또 갈레라로 통통통 배를 타고 1시간여를 가자

배는 또다른 선착장에 닿았고,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막막함을

예의 그렇듯 현지의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해소해주려 하고 있었다.

근데 아저씨들이 모두...화이트비치를 외친다 ㅜ.ㅜ

읔...나 왜 일루왔어.



그리하여 삼발 오토바이 트라이씨클을 타고 30분여를 더 달렸다.

오토바이는 부서질것 같은 굉음과 불안스런 흔들거림을 동반하며

바다 옆길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좁은 골목을 구불구불 지나더니

드디어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

꺄악 바다다!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길래, 이리도 바다가 좋단말인가!

추측컨데, 아마, 나는 전생에.........뽀뇨?




요런 바다다!




필리핀까지 와서 이제서야 (한달만이다) 바다다운 바다를 처음 보니

신이나서 가슴이 꽁딱거리고 폴짝폴짝 뛰어댕기는 것도 잠시,

바리바리 뭔가를 싸짊어지고 다니는 심히 병스러운 나의 버릇은

1박2일 여행에도 여지없이 발휘되는 바,

일단 가방을 둘 숙소를 잡아야 했다.


그.런.데

나의 돼지저금통 뜯어 갖고온 예산 1000페소,

아니, 쪼끔 더쓰자 1500페소......는 둘째치고

방이 없다.

 

예약문화가 그다지 발달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뛰쳐나온지 얼마 되지 않는 무지한 아해는

성수기 주말임을 망각하고 무작정 떠나왔으니,

응당 무지함의 댓가를 치뤄야 함에...

나는 바다라는 기쁜 배경을 잠시 뒤로하고 이곳 저곳을 뒤지고 뒤져 방을 찾아 헤매야 했다.

이미 예산 따위는 물건너 갔고, 일단 내 한몸 뉘일 곳이라면 어디든지 좋았다...만...

아무래도 방이없다.

다들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런때에 예약도 안하고 오는 너는 뭐니?"라는 조롱섞인 표정을 짓는다.

한켠에서는 아주 어설픈 항국말로 "쭉쭉빵빵 미스코리아~예뻐요~ 아가씨~"를 외친다.

이래저래 부끄럽기 짝이없다 ㅜ.ㅜ


걷고 묻고 걷고 묻고를 한참하니,

어렵사리 몇군데 물어보니 2000페소짜리 방이 있단다.

조금 멀지만, 가격대비 성능 꽝이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라도 잡아야지...하는데 헉! 현금이 없다.

맞다. 은행가는걸 깜빡했지...

엎친데 덮쳤으니 이를 어쩌나.


이순간, 나의 무모하고도 대범하며 무식하기 짝이없는 상황 대처법.


.......어렵게 찾아낸 방을 놔두고 은행으로 돈찾으러 갔다......--;


근데 그 은행이 어딨느냐?

내가 있던 화이트 비치에서 트라이씨클(삼륜오토바이)을 타고 항구로 가서

항구의 지프니(마을버스개념--;) 정거장에서 손님 차기 1시간을 기다려서

다시 시골길을 달달달 1시간을 달려서 읍내에 간뒤,

묻고걷기를 반복하여 겨우 ATM을 찾아냈다.

돈을 뽑고 다시 1시간을 달려서 항구로 온 뒤,

다시 30분을 달려서 비치로 왔다.

중간에 배가 너무 고파서 패스트푸드점 가서 스파게티 한그릇도 말아먹어 주신 시간 도합 합쳐

4~5시간.


이미 해는 졌고

당연하게도 방은 없고

나는 이제 오도가도 못하는 그지 신세가 되었다. ㅜ.ㅜ

다들 바다넘어 석양의 지는 해와 함께 칵테일 한잔 마셔주셨을 것이고,

흥겹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설레는 마음을 담아 몸도 흔들고 계시며,

파도소리 BGM삼아 테이블에 촛불 켜고 저녁 스테이크 한점씩 썰어주셨을 것이다.

나는?



나의 첫 해외 바닷가 나들이...킁




To be continued-


 

그시절 비행 소녀,

정신없어 흐릿한 사진도 그 시절의 추억이요.

결코 싸구려 디카탓이라 말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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